세상사는 이야기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부깨 2017. 11. 30. 05:24

 


길/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