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진희 / 연시

부깨 2017. 12. 5. 10:19

 사진:펌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름 내내

푸른 잎 사이 있는 듯 없는 듯.

 

서두르지 않는다.


붉게 무르익어

단연 돋보일 때까지

 

풋감은 아무도 찾지 않기에

덜 익은 감은 떫은 맛만 나기에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르를 녹아드는

아이스크림 같은 이 맛은

 

끝내 견디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면

지난 여름 태풍에 떨어진 감처럼

아무것도 아닌

 

나는 아직 풋감이다.

 

 

 

- 나진희 / 연시 -

 

출처:문학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