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부깨 2018. 1. 27. 05:41




세울이 흐른 뒤에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에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워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