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남편이 되니 못합니다.

부깨 2018. 1. 31. 12:06

 사진:펌

  

총각땐

방바닥에 엎드려 글을 쓰다가


별을 보며 들판을 쏘다니다가


밤을 하얗게 샐 수도 있었는데


남편이 되니 못합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여 숨이 까쁘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아내도 나 때문에


못하는 게 있을 거란 깨달음.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되는 더하기가 아니라


서로 반씩 버리고 포기해서

다시 하나가 되는 뺄셈이


부부 공식이라는 생각.

 

불빛이 있으면 잠들지 못하는 아내 때문에

지금 나는 소경처럼


어둠 속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더듬더듬 아내의 젖가슴을 살며시 만져봅니다.

내가 포기한 반쪽이 거기 있습니다.

 

 

 

- 부부공식 / 최용우 -

 

출처:문학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