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만 있으면 울컥 밀고 올라와
삼킬 수 없는 것들
내 친구 미선이는 언어치료사다
얼마 전 그녀가 틈틈이 번역한 책을 보내왔다
『삼킴 장애의 평가와 치료』
희덕아, 삼켜야만 하는 것,
삼켜지지 않는 것,
삼킨 후에도 울컥 올라오는 것……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삼킨 수 있음에 늘 감사하자.미선.
입속에서 뒤척이다가
간신히 삼켜져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
기회만 있으면 울컥 밀고 올라와
고통스러운 기억의 짐승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삼킬 수 없는 말, 삼킬 수 없는 밥,삼킬 수 없는 침
삼킬 수 없는 물, 삼킬 수없는 가시, 삼킬 수 없는 사랑,
삼킬 수 없는 분노,삼킬 수 없는 어떤 슬픔,
이런 것들로 흥건한 입속을
아무에게도 열어보일 수 없게 된 우리는
삼킴 장애의 종류가 조금 다를 뿐이다
미선아, 삼킬 수 없는 것들은
삼킬 수 없을 만한 것들이니 삼키지 말자.
그래도 토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자. 희덕.
-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