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인생길이 힘겨운 진짜 이유는 그 잡동사니를 버리지 않고 인생배낭에 꾸역꾸역 꾸겨 넣은 채 가기 때문이다.
부깨
2018. 6. 7. 08:59
『너의 가방을 다시 꾸려라(Repacking your bags)』.
꼭 10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다시 읽으려고 찾았는데 아무리 서가 곳곳을 눈 뒤집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마도 지난번 책 정리를 할 때 십 년 전 읽은 것이니 다시 볼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해 버릴 요량으로 창고에 밀어 넣은 듯싶다.
그렇게 이미 내 손을 떠난 그 책을 애써 다시 찾았던 까닭이 있다.
멀리 길 떠날 준비를 하며 배낭을 꾸리다 보니 10년 전엔 머리로 읽었던 그 책이 새삼 가슴으로 다가오고 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건 작건 깨달음은 항상 뒤늦게 오기 마련인가 보다.
누구나 예외 없이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인생배낭을 다시 싸고 꾸려야 할 때가 있다.
자의냐 타의냐를 따질 필요도 없다.
상황이 불가피하니 안 하니 하며 이런저런 구구한 얘기를 덧붙일 이유도 없다.
그냥 그것이 인생이다.
털어야 할 대목에서 털지 못하면 우리네 인생배낭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버린다.
우리 몸 안에 쌓인 비계덩어리보다 우리 인생배낭에 가득한 잡동사니들이 더 많이 더 힘겹게 우리 삶을 내리누른다.
인생배낭의 잡동사니들은 대개 미련이거나 회한이거나 쓸데없는 미움과 증오이거나 정말 쓰잘데없는 시기이거나 후회다.
우리 인생길이 힘겨운 진짜 이유는 그 잡동사니를 버리지 않고 인생배낭에 꾸역꾸역 꾸겨 넣은 채 가기 때문이다.
정진홍의 <소프트파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