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 년을 바둥거린 나에게

부깨 2018. 9. 8. 07:08

 

 

달팽이의 사랑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 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짤막한 사랑 담아 둘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 년을 바둥거린 나에게


날 때부터 집을 가진

달팽이의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

 

- 김광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