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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머니도 아빠도 안 온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 더 눈물이 나왔다

부깨 2018. 10. 5. 05:40

오늘은 밤에 학예회를 했다


그런데

할머니도 아빠도 안 왔다


할머니는 콩 타작하느라 안 오고

아빠는 밤에도 공사일 하느라 안 왔다


강욱이는 할머니도 오고

엄마도 오고 아빠도 오는데....

나는 한 명도 안 왔다


연습를 하다가 눈물이 나와

수돗가에 가서 세수를 하며

혼자 울었다


그 때 우리 선생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나를 보고

왜 우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이 안 나왔다


선생님이 나를 안고

아무도 없는 교실로 들어가

왜 우냐고 또 물었다


눈물을 자꾸 닦으며

오늘 할머니도 아빠도 안 온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 더 눈물이 나왔다


선생님이 나를 꼭 껴안았다

선생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다가

눈물을 닦으며 선생님을 봤더니

선생님도 운다

나는 더 슬퍼져서 선생님을 꼭 껴안고

크게 울었다

우리 둘이 울었다

 

-김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