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그날이 오면/ 심훈

부깨 2019. 8. 15. 06:26

 





그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그 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