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부깨 2019. 9. 15. 05:16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거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네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글/  김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