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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를 잃은 고양이가 세 발로 큰길을 가로지른 땅 위에는 민들레가 씨앗을 흩뿌린다
부깨
2020. 6. 28. 08:06
삶은 아름다워
안재식(1942~. 서울)
그녀의 꿈은 화가이고, 그의 꿈은 야구 선수다
그들이 매일 걷는 큰길가 빌딩, 녹슨 붙박이 세로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불안하다 곧 추락할 것만 같다
그래도 호프집 '무한지대'
글씨만은 멀쩡하다 장사가 되는 걸까
날개가 부러진 새는 남은 한쪽 날개로 난바다를 다시 건넌다
그녀는 발로 그림을 그리고, 그는 의족을 달고 야구를 한다
한쪽 다리를 잃은 고양이가 세 발로 큰길을 가로지른 땅 위에는
민들레가 씨앗을 흩뿌린다
풀머리 민얼굴이 눈물겹게 아름다운 날
한국현대시 2015.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