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빗장 속으로 두부장수의 종소리가 눈송이처럼 뛰어들 때 바쁘신 하나님도 모처럼 숨을 고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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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길을 오르는 종소리 - 권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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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어둑한 바닥을 물고 있어서 이가 아프다

치통을 앓는 골목에게 시간은 독거노인

부어오른 골목이 바람에 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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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장수가

시간의 틈새에 빠진 발자국을 조심스레 거두어 언덕을 오른다

겨울마다 얼음 든 상처를 진물로 흘려서

음식을 씹지 못하는 골목은

오래도록 허술한 집들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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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우면 하늘이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산동네

사나흘씩 사람들의 발목이 묶이는 골목으로

어떻게 찾아왔을까 두부장수

종소리가 따뜻한 호명이 되어 사람들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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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먹은 해거름을 깨우는 종소리가

앓아누운 할머니의 언 손으로 두부 한 모를 쥐어주자

내려앉은 창들도 그제야 꾸물꾸물 밥을 짓는다

오랜만에 할머니의 아궁이가 불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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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빗장 속으로

두부장수의 종소리가 눈송이처럼 뛰어들 때

바쁘신 하나님도 모처럼 숨을 고르신다,

흰 눈처럼 이 세상 어디에나

부드러운 잇몸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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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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