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것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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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것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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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옥잠은 팔뚝에 공기주머니 하나 차고 있다

탁한 물에서도 살 수 있는 건

공기주머니 속에 든 희망 때문이다

 

가볍게 떠있던 물 속 시간들

희망이 꼭 미래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팔뚝에 희망 하나 차고 다닌 적 있다

 

잊을 수 없는 일마저, 건널 수 없는 세상마저

그 속에 밀어넣었던 적 있다

그런 희망이 텅 빈 주머니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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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터뜨려 질 수 있는 눈물이란 걸

나는 몰랐을까

 

부레옥잠이 떠 있는 건

희망 때문이 아니다

속을 다 비워낸 가벼움 때문이 아니다

 

잎잎마다 앉은 한 채씩의 승가람

그 자리는 서늘해서 누구나

바람 소릴 노래처럼 안고 가는데

 

옥잠이란 이름에 부레 하나 더 얹은

쓸쓸한 감투가 그의 이름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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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세계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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