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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왕성해진 식욕을 통제하지 못하고 바다 건너 섬에 있는 풀을 먹기 위해 죽음조차 망각한 채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든다고 아! 곧 닥칠 죽음조차 망각해버린무모하고 어리석은 욕심

부깨 2023. 2. 22. 06:17

레밍쥐 / 김별

 

개체 수가 증가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벼랑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집단자살한다는 레밍쥐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그 쥐들이 즐겨 먹는 풀이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향기로운 독성을 내뿜어 

독성에 중독된 쥐들은 

엄청나게 왕성해진 식욕을 통제하지 못하고 

바다 건너 섬에 있는 풀을 먹기 위해 

죽음조차 망각한 채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든다고 

 

아! 곧 닥칠 죽음조차 망각해버린

무모하고 어리석은 욕심

아름다운 사람은 

내 손을 잡고 

가난보다 더 큰 슬픔은 그것이라며 

힘내자고 

힘내자고 

눈물을 닦아주며 

따듯이 꼬옥 안아 주었다.

 

*****

 

레밍 쥐(2) / 김별 

 

지구상에는 약 3,800종 정도의 네발짐승이 사는데 

그 중에 반 가량이 쥐과다. 

쥐! 

엄청난 번식력과 질병의 매개체 

건전한 노동이 아닌 도둑질로 먹고사는 못된 종자가 

그렇게 많다니

어쩌면 이 세상의 주인은 도둑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UN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 가는데 

점점 그 숫자가 늘어 가는데 

기아와의 전쟁은 선포하지 않는다.

 

불고깃집 옆 헬스장에는 

쥐처럼 불룩한 뱃살이나 빼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헉헉대고 있는데

오늘 그대 먹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이 시대 

음식을 앞에 놓고 하는 기도는 

모두 위선이다. 

그가 神을 말한다면 모독이다. 

진실을 말한다면 죄악이다. 

이 모두가 폭력이다. 

 

*****

 

레밍 쥐(3) / 김별 

 

때가 되면 모두 떠나리 

연어도 새들도 

재를 덮은 순례자도 

이생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혜성도 

억겁의 실타래로 맺은 인연도 

기약할 수 없는 치매의 길을 나서야 하리 

 

그대 

엽전 한 닢만도 못한 생을 

불꽃같이 산 사람아

 

의형제를 묻던 술잔 속에 

제국의 꿈을 묻어버린 사람아 

 

바람 높은 곳 

살풀이로도 못다 푼 한을 

솟대 끝에 걸어 놓고 

영영 떠나버린 사람아 

 

여기 

아름다움을 탐하다가 

눈을 다치고 

별을 헤다가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다 써버린 

어리석은 시인은 있어 

 

벼랑 끝에 

신발 한 짝 벗어 놓고 

꽃잎같이 몸을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