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깨
2023. 3. 30. 06:45
어스름 저녁
밤 열차를 타고 친정을 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거리
이 핑계 저 핑계 미루고 미루다가
길을 나선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밤바람은
차고도 시리다.
종착역이 가까워질수록
봄 햇살처럼 다가오는 얼굴
한 푼이라도 아껴야 산다고
먼 거리 오가는 것도
극구 말리시던 어머니
인생의 뒤안길에서
시간의 빈집에 웅크리고 앉아
어디쯤 오고 있냐고 아이처럼 보채시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가는 길 내내 옹이처럼 박힌다.
멀리 한눈에 들어오는 불빛
동네 어둠 속의 풍경들은
모두가 낯이 익은데
박하사탕 한 봉지에
아이가 되는 당신이
낯설기만 하다.
글/ 안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