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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식구가한 방에 누워 새우잠을 잔그날 밤,창 밖의 별빛은당산나무 가지마다 총총하고십리 밖 파도소리도 밤새 쟁쟁하였다

부깨 2023. 4. 7. 06:34

 

 

 

한식날, 고향집에 가서   /김경윤



어머니 살아생전에

한 번이라도 더 다녀와야 한다고


한식날, 고향집에 가서

아이들과 꽃씨를 심었다


살가운 햇살은 아이들의 볼에

보송보송 땀방울로 맺히고


철없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호호 하하 꽃이 피었다


마당귀 멍석만한 텃밭 모롱이

어머니의 꽃밭에서

 

마른 풀 걷어내고

녹슨 호미로 묵은 땅을 파며


봉숭화 채송화 나팔꽃 해바라기

꽃씨를 심는 동안


나는 자식을 꽃씨처럼 키워온

어머니의 세월을 생각했다


좁쌀만한 이 씨앗들이

어서 자라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날이 오면


어머니의 뜰에도

향기 가득한 봄날이 올까


오랜만에 온 식구가

한 방에 누워 새우잠을 잔
그날 밤,

 

창 밖의 별빛은

당산나무 가지마다 총총하고
십리 밖 파도소리도 밤새 쟁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