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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찔레꽃이 뭉텅뭉텅 피던 날
부깨
2023. 5. 16. 09:21
그날 밤 / 최수일
저녁 어스름이 서둘러
마당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시집 안 간 고모가 부리나케 안방으로 달려가고
아래채 툇마루에 쪼그려 앉은 할배는
곰방대로 마루 끝을 탁탁 치며
음 으흠, 연신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삽살개는 안절부절 못하고
마당을 돌며 안방을 힐끔거리고
어느 누구도 나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집안을 떠도는 무슨 슬픔 같은 것에
온몸이 짓눌린 나는
엄마를 부를 엄두도 못 내고
안방 앞에 서 있는 기둥을 잡고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