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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월, 어느 날의 단상斷想.

부깨 2023. 6. 3. 11:41

흑점黑点

(그 유월, 어느 날)

 

                  곽춘진

 

   철길을 안고 이어온 삶의 행렬이다. 

   하루를 온통 삼켜버린 행로의 발길

   지쳐빠져 휑하게 뚫린 눈깔들..

 

   대지엔 청동 쇠화로가 이글 거리고

   인육을 쪄먹던 곳곳에

   아귀의 피비린내

 

   그렇게 타들어 가던 태양도 지쳤다

   이제 남은 건 육신을 도려내는

   피맺힌 절규의 유희

 

   금속성 살인마의 거센 패악이

   질서를 잃고 도래하는데,

 

   하마 북녘을 치달은 언어를 상실한

   까마귀가 깃털을 뽑아가며 춤을 추고

 

   화폭을 자리해 멋대로 이죽이는 

   삼류화가의 눈앞에는

   패악은 진작에 잊고

 

   살아가기 위해 어느 역의 

   석탄무지에 달라붙어 삶을 캐는

   여인네의 모습이 담겼을 뿐

 

   검게 번진 손인가 했더니

   검정이 얼룩진 

   묵화같이 변한 하얀 치마저고리

 

   그 여인네의 억센 손엔 

   여지껏 잡혀있는 호미

 

   멀리서 보면 흑백사진 같아 보이는 

   여인네의 배곺은 하루

 

   그 유월, 어느 날의 단상斷想. 

 

           2023년 6월 2일

       6.25가 일어난 그 달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