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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 ​/정채원

부깨 2024. 1. 7. 10:59

 

대체 불가  ​/정채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사자가

20만이 넘는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20만 가족이


누구는 아들을 잃었고
누구는 아버지를 잃었고


누구는 남편을 잃었고
누구는 연인을 잃었다는 것이다

대체 불가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 사람을 잃은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어느 쪽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인기 회복을 위해?

협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오늘은 또 몇 백 명이 전사할까?


저녁뉴스에 자막으로 흘러갈 뿐인 그 숫자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싸늘한 어깨를 안아보지도 못 한 채


뜬 눈을 감겨주지도 못한 채


세상 모든 곳에서 영영 지워야 하는

웃으면 덧니가 보이던 무용수 아들아


세 살배기 딸을 안고 놓지 못하던 아빠야


자원입대 5일 전 결혼한 남편아


잠들 때마다 가슴속 연인을 쓰다듬던 당신아

대체 불가

20만 개의 우주가 사라진 것이다


살아남은 20만, 100만, 수억의 우주가

 

눈물로 꽃을 피운다 해도
다시는 여기서 피워낼 수 없는

 
ㅡ계간 《상상인》(2023,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