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깨
2024. 3. 18. 09:50
봄이 오는 길목 / 이선형
인적이 끊긴
그곳은 진종일 바람 그늘이다
파장한
잎 진 나무에 목쉬게 부는 바람이
묵언 수행 곁에 머물다
둘둘 말린 사연만 한 움큼 쥐고 떠난
사방에 흩어진 헌 신발과 발자국
가지마다 아련한 그림자
빈, 박주가리처럼 텅 비고 휑한
수령에 빗금 하나 그어지고
봄볕이 어룽어룽 빛날 때
그늘진 숲속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
지나온 시절을 다물고 귀를 열어둔 채
봄이 오는 방향으로
겨우내 허기를 버티다
풍성한 젖을 빠는 잎망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