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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추를 놓고 서로의 감정이 흔들린다 우리는 행성으로 서로를 겉돌고 있다

부깨 2024. 6. 8. 06:21

우리가 행성으로 서로를 겉돌고 있을 때

 

이윤정

 

 

 

무게를 버린 선은 씁쓸하다

이탈한 곳에서 생겨나는 오해

한쪽이 기울어져야 하는 진실을 인정하면 간격은 좁혀질까

 

넓은 너는 등에 길쭉한 배낭이 적격이라면

뾰족한 나는 깃털 달린 날개가 어울린다고 말해 주면 좋겠어

떨리는 추를 놓고 서로의 감정이 흔들린다

우리는 행성으로 서로를 겉돌고 있다

 

오르내리는 너와 나는

오차의 범위를 벗어나 뒤섞이는 부등이다

 

떨리다가 멈추는 선은

미세한 오해에도 참과 거짓으로 얼굴을 뒤집는다

 

뒤집힌 감정은 저울질하지 않는 게 불문율

날개 없이 날아다니는 새로 사그라지는 거품일 뿐이니까

 

밀고 당기는 관계에서 무게 버린 선은 0점에 있다

나뭇잎 한 장 파르르 떨리고

 

그때 기울어진 쪽으로 얼굴 한 점 얹혀 있다

계간 『상상인』 2024년 여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