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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건강을 가로막는 것이 참 많다.국가의 제도나 정책 문제일 수도 있고,개인으로서는 손쓰기 어려운 환경문제일 수도 있다.때때로 우리 건강을 해치는 건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나쁜 생활 습관, 잘못된 마음가짐 등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부깨 2025. 3. 24. 19:30

[K-VIBE] 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건강도 공부처럼 해야-①

입력2025.03.24. 오전 11:53 
 
수정2025.03.24. 오전 11:54
 기사원문

이세영 기자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본인 제공


필자는 사실 건강에 자신이 있어서 '지금 필요한 건강 상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다니고 이러한 칼럼을 쓰는 것은 아니다.

건강 문제로 몇 번 고생했던 일이 있다.



의대를 졸업하고 박사 후 연구원으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유학하러 갔을 일이다.

 

알 수 없는 소화장애로 체중이 계속 줄어

1980년 초에 옥스퍼드대 부속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진 결과 장결핵으로 밝혀져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했다.

 

사실 결핵은 한국에서 이미 걸렸는데 영국에 가서 심해진 거였다.



지금은 체중이 70㎏ 정도 나가는데 그때는 46㎏까지 빠졌다.

완전히 뼈만 남았을 정도로 줄었다.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결핵이라는 질병의 특성상 한 달 만에 완치되는 것이 아니어서 이후로도 1년간 계속해서 치료받았다.



그때 당시 영국은 지금보다는 경제 사정이 나아서 유학생도 병원 입원비 등이 완전히 무료였다(지금은 세금을 내는 사람만 무료다).



그 덕분에 한 달 동안 병실에서 잘 쉬고 퇴원할 때까지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결핵은 전염병이다.

 

다른 사람들과 격리돼야 했기 때문에 1인실에 입원해,

한 달간 영국의 병원을 환자로서 경험하게 됐다.



그런 낯선 병실에서 혼자 지낸 일이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대부분의 시간을 영국 친구가 가져다주는 책을 읽으며 보냈다.



영국은 간호사와 실습 나온 간호학교 학생이 모든 간호를 맡아서 하고

가족은 문병이나 하는 정도였으며 간병인이란 직업은 아예 없다.



검사나 기타 모든 시중은 간호사가 다 도맡아 해줘

어려운 것 없이 한 달을 보냈다.

 

정말 나이팅게일의 후예다웠다.

주로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의 수발을 드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매우 다르다. 우리 식의 간호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 후 그런대로 회복이 잘 돼서 건강하게 살다가

2015년에 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받게 됐다.

 

후배 의사들이 잘해준다고 한 게 합병증이 생겨 복막염이 됐다.

그래서 배를 완전히 가르고 큰 수술을 하는 바람에 거기서 또 한 달을 입원했다.



결국 필자는 일생에 두 번 입원해,

한 달씩 머물렀던 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보면 필자가 건강에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어서 이

런 주제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대학에서 정년퇴직하고 책을 쓰다 보니 많은 사람이 건강에 무척 관심은 많은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연이 있을 때마다 건강 전도사처럼 이야기하고 다닌다.



필자의 부모님은 아들이 고통받는 환자,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셨다.



당시 아버지는 1930년대 일본에서 고학(苦學)하다 폐결핵에 걸리셨다.

 

그때는 결핵 치료 약이 없었고 오직 공기요법(호흡기 환자, 특히 폐결핵 환자에게 쓰는 치료법 중 하나로 일정한 시간에 신선한 공기를 접하게 함으로써 병을 치료)만 있었다.

 

놀라운 것은 아버지가 고학생이라고 오카야마현의 한 개인병원에서 오랫동안 무료로 치료받았다고 들었다.



어느 날은 대홍수가 나서 의사와 간호사 등이 모두 피난을 갔는데,

환자는 이동할 수가 없어 병원 2층으로 옮겨져 남아 있었다고 한다.

홍수가 지나가자 의료진이 모두 돌아왔고 이후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당시 만났던 의사 이야기를 늘 해주시던 아버지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환자를 외면하지 않는 의사,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필자는 그런 의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구에 몰두하고자 기초의학을 전공으로 택하고 부모님께 이해를 구했다.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곧 아들의 뜻을 이해하고 격려해주셨다.



그 후 40년간 기초의학자로서 후회 없이 지냈다.

그런대로 연구 업적도 남겼고 훌륭한 제자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일반 대중을 위해 어떤 연구 결과를 남겼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라도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무엇인가 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강연을 다니게 됐다.



또 과학은 객관적이고 인문과학은 사변적이라고 매도하는 사람,

특히 의학 지식이나 과학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류를 고쳐주고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해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필자는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임상의는 아니다.

평생 질병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기초의학을 연구해온 의학자로 살았다.

 

생명의 이치를 연구하는 생리학을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심장 혈관 생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학생을 지도해왔다.



이런 연구 경험을 살려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한 끝에 이러한 연재를 시작하고자 한다.

 

병을 어떻게 치료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생활하면 병에 덜 걸릴까를 주제로 말이다.



우리의 건강을 가로막는 것이 참 많다.

국가의 제도나 정책 문제일 수도 있고,

개인으로서는 손쓰기 어려운 환경문제일 수도 있다.



때때로 우리 건강을 해치는 건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나쁜 생활 습관, 잘못된 마음가짐 등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우리는 이분법과 정답 찾기에 익숙해져 있다.

몸 아니면 마음, 선 아니면 악, 건강 아니면 질병인 것처럼 정한다.



그러나, 인생에 어디 정답이 있는가?

건강과 질병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분명한 경계가 없다.

우리는 아직 병이 없는 상태, 즉 '미병'(未病) 상태에 있을 뿐이다.

 

그러니 미병 상태에서 진정한 건강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건강, 질병, 미병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런 건강과 관련된 우리 의료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오랜 시간 학생들을 만나고 연구하며

필자가 생각한 문제점에 대해 조금 쓴소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건강하게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좋은 것을 먹고 나쁜 것은 거르되

적당한 양을 올바른 방법으로 먹어야 한다.



먹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문제다.

독자 여러분 스스로 좋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고

나쁜 것을 거를 수 있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필자도 부담이 적다.



또 다른 주제인 화학물질과 미세먼지 같은 문제는

개인적인 수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 우울하게 들릴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애를 써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세우고 대응하면 개선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이 정부에 계속 개선 요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나쁜 생활 습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면 패턴, 자세, 운동, 개인위생 관리 등

현대인을 위협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생활 습관을 되짚어봐야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 칼럼이 독자 여러분의 삶에서 꼭 필요한 건강 상식을 배우고,

적극적인 건강권을 위해 음식, 환경, 생활 습관 등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주기를 바란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