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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고 탈락 뒤 일반고 들어가는 '역현상'까지 발생"대학 졸업장보다 기술이 더 경쟁력"
부깨
2025. 5. 20. 09:46
[단독] 블루칼라 시대 왔다… 직업계高로 몰리는 Z세대
[고졸의 반격] [上]
직업계고 탈락 뒤 일반고 들어가는 '역현상'까지 발생
"대학 졸업장보다 기술이 더 경쟁력"
입력 2025.05.20. 05:10업데이트 2025.05.20. 05:46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광주공고는
올해 개교 이래 처음으로 야간자율학습(야자)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저녁 급식까지 실시하고 있다.
오후 9시 넘게 각종 자격증을 공부하는 수백 명의 학생으로 학교 불이 꺼지지 않는다. 특성화고(직업계고)가 야자·석식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 학교는 오랫동안 인구 감소,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 등으로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다가 올해 수십 년 만에
처음 모집 정원(144명)보다 지원자(160명)가 더 많아졌다.
박태호 광주공고 교장은 “일탈하는 학생들을 돌보느라 바빴는데,
재작년쯤부터 학생들 성적 수준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학구열 넘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면서
“누구나 다 돈만 내면 대학 졸업장 따는 시대가 되니
차라리 경쟁력 있는 전문 기술을 익혀
빨리 취업하자는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1학년 학생 절반은 입학한 지 3개월도 안 돼
이미 국가 기술 자격증을 1개 이상씩 땄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생산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직업계고의 부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광주·대구·인천 등 곳곳에서 직업계고에 이례적으로 많은 지원자가 몰려
탈락자들이 일반고에 진학하는 ‘역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생산·기능직에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몰리는 ‘블루칼라 보난자(bonanza·노다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자격증 공부하는 직업계高… 전에 없던 야간 자율 학습까지
19일 광주광역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학년도 직업계고 신입생 정원 총 1815명에 2271명이 지원해
성적·면접 순위가 낮은 456명이 탈락했다.
탈락자 상당수는 일반고로 진학했다.
광주의 직업계고는 2022학년도까지 정원을 못 채우다가
2023학년도 충원율 100%를 채웠고
올해는 지원자가 모집 정원보다 수백 명 많은 이례적 일이 벌어졌다.
그간 직업계고는 인기가 꾸준히 떨어지면서 신입생이 미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졸자에 대한 편견으로 적성과 상관 없이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탓이다.
직업계고는 일반고 지원자 중 성적 낮은 학생들이 할 수 없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일반고에 가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직업계고를 졸업하면 더 빠르게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기가 점차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대구에서도 2025학년도 직업계고 모집 정원 3618명에 지원자 4840명이 몰리며
탈락자들이 대거 일반고로 진학하는 역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계고로 학생들이 몰려 일반고 지원자는
모집 정원(1만3893명)에 527명 미달했다.
일반고에서 지원 미달이 발생한 건 지난 수십 년간 없던 일이라고 한다.
인천 역시 2025학년도 직업계고 모집 정원 4524명에 지원자 5271명이 몰렸다.
서울 지역 직업계고도 올해 1만234명 모집에 1만2102명이 지원해
충원율 94.7%를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인 2021학년도(84.4%)보다 10%포인트 넘게 뛴 것이다.
배영찬 한양대 명예교수는 “높은 대학 진학률로 인한
취업난, 인력 시장의 불일치 등 수많은 문제가 최근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고소득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벌주의로 만들어진 기형적 사회구조가
개선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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