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기존 건강상태, 교육수준, 소득, 성별, 나이, 우울증 여부 등과 상관 없이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빨리 노화하고 각종 심혈관 질환, 고혈압, 면역 반응 이상,기억력 및 인지능력 감퇴에도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부깨 2025. 5. 31. 11:05
PICK 안내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외롭다고 느낄수록 수명 짧아진다

입력2025.05.31. 오전 8:00
 기사원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마음과 몸이 하나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면 아마 ‘외로움’일 것이다.

 

기존 건강상태, 교육수준, 소득, 성별, 나이, 우울증 여부 등과 상관 없이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빨리 노화하고

 

각종 심혈관 질환, 고혈압, 면역 반응 이상,

기억력 및 인지능력 감퇴에도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응급하지 않은 수술을 받았을 때에도 사망 확률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렇게 외로움이 직접적으로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 현장에서도 또 공공 보건 차원에서도

외로움의 악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설신 유 콜롬비아대 어빙 메디컬 센터 소속 연구자 등의 연구에 의하면

외로움의 악영향은 ‘누적’ 되는 듯 보인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약 90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외로움을 측정하고 이후 2019년도에

외로움과 사망률간의 상관관계가 있었는지 살펴본 결과

 

우선 십여 년 전에 단 한 번도 외롭다고 응답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한 번 외로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더 중, 장년, 노년층에 이르렀을 때

사망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 번 외로웠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두 번 외로움을 보고했던 사람들이 더,

두 번 외로웠던 사람들보다 세 번,

 

그러니까 더 긴 시간에 걸쳐 외로웠던 사람들이 더 사망률이 높은 편이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외로움은 ‘주관적’ 지표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이기에 친구가 별로 없고 사회적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로운 것도 아니고

 

항상 수 많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 있는

소위 '인싸'라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마다 인간관계에서 원하는 것이 다르고

어떤 이유로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친구들과 자주 보지 않아도

이따금씩 연락하고 또 마음이 잘 통한다고 여겨지는 친구 몇 명만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원하는 인간관계량이 많고 원하는 친밀도 또한 매우 높은 사람의 경우

사람을 아무리 많이 만나도 사회적 허기인 외로움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인간은 어차피 타인과 100% 마음을 통할 수 없다거나

노화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된다는

 

존재론적인 이유로 고질적인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이 경우 그냥 그게 사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삶의 다양한 시점에서 이따금씩 존재하는 좋은 인연들이

 

실은 전혀 당연하지 않고 고마운 기적이었음을 깨달으면 어느 정도 편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외로움은 마음이 결정하는 주관적인 것이어서

 

이 연구에서도 객관적 사회적 고립 지수(objective social isolation index),

 

예를 들어 같은 가구 내 구성원 수, 거주지 인근의 친한 친구 수,

거주지 인근의 친척 수, 종교적 또는 기타 자선 단체 자원봉사 빈도,

 

그리고 이웃과의 만남 빈도 등을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은 여전히 미래 사망률을 예측했다.

외로움은 결국 마음에 달린 것이지만 그

렇다고 여기에 사회적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을 찾는 것 조차 힘겨운 사회와

비교적 그렇지 않은 사회가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들의 등급을 나누고

다름을 틀림으로 치부하며 차별해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인 소속 욕구를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사회와 비교적 그렇지 않은 사회가 있을 것이다.

 

외로움에 보다 취약한 사회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의 개개인의 행복 지수가 최하위에 속하는 것 또한

혹시 외로움에 취약한 사회인 게 한 몫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런 주제에 또 함께 살기를 추구하기 보다

조금이라도 더 남들 위에 올라가서 차별을 ‘하는’ 쪽에 붙는 게 목표이고

 

속은 곪았어도 겉만 멀쩡히 꾸며서 ‘과시’하는 것이

사회 규범인 것 또한 상당히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서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솔루션이 가능할까.

이제부터라도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Yu, X., Cho, T. C., Westrick, A. C., Chen, C., Langa, K. M., & Kobayashi, L. C. (2023). Association of cumulative loneliness with all-cause mortality among middle-aged and older adults in the United States, 1996 to 2019.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0(51), e230681912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