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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행복론/정연복

부깨 2017. 10. 1. 07:19




소박한 행복론

 

너른 하늘 우러르며

영혼의 방 한 평 넓히기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한줄기 휘파람 불기

 

흘러가는 구름 따라

앉은자리에서도 마음여행 하기

 

내뿜는 담배 연기에

삶의 시름 날려 보내기

 

연분홍 저녁 노을 바라보며

내 목숨의 순한 끝 소망하기

 

한밤중 창문 열고

스치는 바람소리에 귀기울이기

 

빈잔 가만히 어루만지며

비워 있음의 미덕에 소스라치기

 

비온 뒤 맑은 공기에 코를 닿고

가슴 깊숙히 들여 마셔 보기

 

지는 꽃 앞에서

세상 욕심 한 움큼 덜어내기

 

거울 속 내 모습에게

다정히 안부 묻기

 

잠깐 흙길 걸으며

나도 본래 한 줌 흙임을 기억하기

 

- 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