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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부깨 2021. 4. 13. 06:16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젹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오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