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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참 이쁘다.

부깨 2021. 9. 12. 05:46

 

 

 

가을은 참 이쁘다 - 최영호

 

 

땀으로 얼룩진 논두렁 사이로
농부가 더듬은 둔덕마다
한 아름 고소한 깨를 볶는다.



붉게 타는 노을이 물들면
단풍잎 위를 걷다가 늙어버린 구도자의
검게 그을린 얼굴인 듯 정겹다.



늙은 화가의 붓질에
너울너울 춤추는 갈대숲처럼
행복한 풍경을 다정하게 그리고 있다.
앞산이 먼저 수줍은 얼굴로
발그레한 미소 지으면
뒷산도 슬며시 탁탁 알밤을 터트린다.



정처 없는 나그네의
발길에 부딪히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볍게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을과 뒹굴고 싶다.
가을은 참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