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손
손톱을 깍다가
문득
처음 만남 듯
반가운 나의 손
매일 세수하고 밥을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글을 쓰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잊고 살았구나
"미안해"
밭에서 일할 때면
다섯 손가락 사이 좋게
함께 땀 흘리며 기뻐했지?
산 숲속에서 나뭇잎을 주울 때면
움직이는 시가 되었자?
사이가 나빠진 친구에게
내가 화해의 악수를 청할 때
밝고 고운 정성을 모아
더욱 따스한 피 고여오게
흐믓해하던 나의 손
눈여겨보지 않았던
손마디에, 손바닥에 흘러가는
내 나이만큼의 강믈을
조용하 열심히 들여다보며
고맙다 고맙다 인사하는 내게
환히 웃어주는
작지만 든든한
나의 손, 소중한 손
◎ 용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