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은 언제나
뼈로 글씨를 쓴다
볼펜처럼
머리로 잉크 똥을 흘리면서
미끄럽게 술술 쓸 수 없어
뼈로 글씨를 쓴다.
닳으면 닳는 대로
부러지면 부러지는 대로
다시 뼈끝이 뽀족해질 때까지
정신이 뽀족해질 때까지
칼날에 사정없이 깎이는
아픔을 견디면서 언제나
뼈로 글씨를 쓴다.
그것이 마치
자기의 할 일인 양
보람인 양
- 권오삼 / 연필 -
출처:문학과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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