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권오삼 / 연필

부깨 2018. 1. 27. 05:53

 





연필은 언제나

뼈로 글씨를 쓴다


볼펜처럼

머리로 잉크 똥을 흘리면서

미끄럽게 술술 쓸 수 없어


뼈로  글씨를 쓴다.


닳으면 닳는 대로

부러지면 부러지는 대로


다시 뼈끝이 뽀족해질 때까지

정신이 뽀족해질 때까지


칼날에 사정없이 깎이는

아픔을 견디면서 언제나

뼈로 글씨를 쓴다.


그것이 마치

자기의 할 일인 양

보람인 양

 

 

 

- 권오삼 / 연필 -

 

출처:문학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