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침에는 꼭 밥을 먹고 밤에는 이를 닦고 잠자리에 들라는 것입니다.

부깨 2018. 2. 18. 06:08

 

 

내가 그대에게

 

내가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리는

웅장한 음악이 아닙니다.


깊은 밤 창을 열면 들리는

아련한 빗소리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닙니다.


이 가을, 가지 끝에 달린

작은 열매 몇 개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은

인생의 지혜가 아닙니다.


아침에는 꼭 밥을 먹고

밤에는 이를 닦고 잠자리에

들라는 것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받고 싶은 것은

멋진 자동차가 아닙니다.


나를 예쁘게 만들어 주는

작은 머리핀 하나입니다.

 

내가 그대를

만나고 싶은 곳은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닙니다.


동네 어귀 어린이 놀이터의

낡은 벤치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힘든 말이 아닙니다.


언제나 쉽게 떠오르는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내가 그대와

같이 가고 싶은 것은

바다 건너 먼 여행길이 아닙니다.


동네 뒷산에 있는

작은 약수터까지

손잡고 함께 걷는 것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성공하고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모습입니다.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