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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처럼아름다웠던 젊은 날에도내 어깨 위엔 언제나조그만 황혼이 걸려 있었다

부깨 2020. 6. 15. 06:14

 

젊은 날

 

새벽별처럼

아름다웠던 젊은 날에도

내 어깨 위엔 언제나

조그만 황혼이 걸려 있었다

 

향기로운 독버섯 냄새를 풍기며

손으로 나를 흔드는

바람이 있었다

 

머리칼 사이로

무수히 빠져나가는

은비늘 같은 시간들

 

모든 이름이 덧없음을

그때 벌써 알고 있었다

 

아! 젊음은

그 지느러미 속을 헤엄치는

짧은 감탄사였다

 

온 몸에 감탄사가 붙어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른 잎사귀였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광풍의 거리

 

꿈과 멸망이 함께 출렁이는

젊음은 한 장의 플래카드였다

 

그리하여

나는 어서 너와 함께

낡은 어둠이 되고 싶었다

 

촛불 밖에 스러지는

하얀 적막이 되고 싶었다

 

- 문정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