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피레네산맥을 넘는
인내의 레이스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 선수가 5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암스트롱이 5연패를 달성하던 그 경기 때였습니다.
제15구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암스트롱과 독일의 얀 울리히선수의 시간차는 단 15초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울리히는 1999년부터 줄곧 암스트롱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만년 2위 선수였습니다.
15구간이 진행되던 중,
암스트롱은 응원 나온 한 아이의 가방에 걸려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울리히는 달려 나가기만 하면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이클을 세우고 침착한 표정으로 암스트롱이 일어나길 기다렸습니다.
암스트롱이 일어나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한 뒤 그 역시 비로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울리히는 1등 자리를 암스트롱에게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울리히의 멈춤과 기다림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웃지 않았습니다.
1등, 최고, 주인공만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고,
그것만을 쫓는 우리들에게, 조용하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아닐는지요.
/박영하 <책읽고밑줄긋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