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
"65세가 노인 맞나요?" 이경규도 현역 '예능인'…77%는 '연령 상향' 찬성
[소득 크레바스] (하) 2편
[편집자주] 올해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데,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다.
특히 퇴직 후 소득공백(Crevasse)은 노인 빈곤을 더 악화시킨다.
정년과 연금 제도의 불일치로 60~65세는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혼(滿婚) 추세 속 소득공백은 이제 '공포' 그 이상이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가 이어지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공백의 현실을 진단하고 소득 공백을 늦출 일자리,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연금 개혁 등 합리적 대안을 짚어본다.
이경규가 노인? 65세에도 왕성한 활동…"노인연령 5세 높여야"④응답자 77%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찬성'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노인 기준 연령을 몇세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그래픽=이지혜
국민 대다수가 현행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정 노인 연령은 '70세'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현재 노인 연령 기준(65세)보다 '5세' 높은 수준이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찬성 비중이 컸다.
30대 응답자의 82%는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40대는 76%가, 50대는 74%가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찬성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금의 30대가 '노인 연령'에 들어서는 2050년대에는 노인인구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 연령을 65세로 규정했던 1981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6세였지만
지금은 83세까지 올랐다.
현행 기준으로 올해 1960년생이 노인 연령으로 들어선다.
대표적인 1960년생은 개그맨 이경규씨, 배우 전광렬씨 등이 있다.
이들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점은
65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는 방증이다.
설문 결과도 이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문 결과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특징은 정년 시 미성년 자녀 유무에 따라 찬반 비중 차이가 최대 6%포인트(p)까지 벌어졌다는 점이다.
정년 시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응답자의
'노인 연령 상향' 찬성 비중은 80%를 기록했다.
자녀는 있지만 미성년이 아닌 경우엔 77%,
아예 자녀가 없는 경우의 찬성 비중은 74%로 나타났다.
노인 기준 연령을 설정하는데 양육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응답자의 성별이나 월평균 수입 등에 따라
달라지는 찬반 비중은 1~2%포인트(p) 정도로 미미했다.
적절한 노인 기준 연령은 지금보다
5세 높은 70세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답변한 778명을 대상으로
적절한 노인 기준 연령을 조사한 결과 62%가 '70세'를 꼽았다.
'71세 이상' 응답 비중은 11%다.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73%는 70세 이상으로 노인 연령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밖에 70세 미만 연령별 응답 비중은 △66세 9% △67세 4% △68세 11% △69세 3%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 연령 상향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사에서
"법적 노인 연령을 75세까지 연간 1년씩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높이도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는 다음날 "중요한 문제로 보고 검토해 나가겠다"며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57세 은퇴 후 연봉 2800만원"…
임금 확 깎여도 일 할래요⑤고령층 일자리 확대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025 노인일자리 사업 신청이 시작된 2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내년도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은 2조 1,847억원(정부안, 2024년 2조 262억원)으로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와 신노년세대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보다 6.8만 개를 확대한 109.8만 개가 제공된다. 2024.12.2/뉴스
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사례1 .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을 기점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대진여객은 중장년 직원들이 많다.
현재 5개 노선 86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200여명의 운전기사 중
43명이 정년(만 63세)을 넘겼다.
이 회사는 기사들이 은퇴 후에도 건강 등이 괜찮다면
최대 3년 더 '계속고용'을 하고 있다.
대진여객 이공윤 전무는 "정년을 넘긴 기사들도
정부의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활용해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퇴직 후엔 임금이 기존의 80%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기사들은 임금이 깎여도 정년 후에도 계속 일을 해 돈을 버니까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례2 . 30여년간 인쇄업계에서 사무관리 업무를 한 김종길(가명)씨는
57세에 은퇴했다. 엑셀을 비롯해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났지만
재취업엔 계속 실패했다. 나이가 문제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정부의 재취업 프로그램(호텔종사자 양성과정)에 참여해 결국 호텔업종 시설관리직 취업에 성공했다.
김 씨는 "현장 면접을 통해 서울 소재 관광호텔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며
"객실품질 관리 담당이 주 업무인데 연봉은 2800만원 수준으로
은퇴 이전보다 많이 받지 못하지만 4대 보험 혜택도 받고
연금을 받기 전까지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중장년 세대 중엔 은퇴 이후에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정년 시점과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탓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 덕분에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갖는 사람들도 많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 하는 등
인구구조에 큰 변화가 닥친 2025년 이후의 현실은 심각하다.
실제 올해부터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 나이(60세)대에 들어선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중장년 재취업 시장에 쏟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계속고용'은 결국 '샐러리 시프트'(salary shift, 유연한 임금을 통한 한국형 재고용)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샐러리 시프트'란 젊었을 땐 높은 급여를 받고 일할 기회가 많았겠지만 고령층 재취업 시장에선 근로자의 생산성과 기업의 여건 등을 감안해 급여가 탄력적으로 조정되는 현실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고령층 일자리 확대가 결국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샐러리 시프트'는 대한민국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다.

지난해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도 이 화두를 던졌다.
이 회장은 노인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리자고 제안을 했고 정부도 초고령사회에 맞게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이지만 2050년에는 2000만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이러다간 생산 인구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샐러리 시프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정년 연장 첫해엔 정년 피크 임금의 40%를 받고,
10년 후인 75세에도 20% 정도를 받도록 해 (노인의)
생산 잔류 기간을 10년 연장하자"며
"연금 등 노인 부양을 비롯한 초고령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지적대로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 빙하 속 깊이 갈라진 틈을 뜻하는 crevasse에서 유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샐러리 시프트'는 필수다.
전반적인 임금체계 개편 원활화를 위한 제도 개편(근로기준법에 불이익 변경 절차 완화 명시 등)이나 적어도 정년연령대 임금 조정을 명확히 해야 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사회적 합의 없는 정규직 형태의 정년연령 연장은 중장년 연령대와 청년세대에게도 좋지 않다. 인건비 부담 탓에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초고령화 시대엔 정부가 강제적으로 '정년연장'을 추진할 게 아니라 노사가 사업장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고용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근로자들은 은퇴 이후에도 일을 더 하려면 임금이 깎일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업들 역시 노동력 부족 현실을 감안해 고령자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도 "오는 2031년이면 인구의 절반이 50세 이상이 되고, 그 이후엔 인구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이 차지하게 되므로 고령층도 역량에 맞는 일자리와 임금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며
"연금을 받는 나이와 정년연령을 같게 하거나, 은퇴전보다 임금이 줄더라도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퇴직금의 연금화…"전 사업장 의무화, 상품 다양화, 수익률 실험"⑥정부, 근로자 퇴직금여 보장 노력

독일 겔젠키르헨의 한 공원 벤치에 2023년 4월5일 할머니들이 앉아 햇볕을 쬐고 있다. 독일 내각은 24일 올 여름부터 퇴직자 연금을 현재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4.57% 인상하는 안을 승인했다. 2024.04.24. /사진=뉴시스
정부가 퇴직금의 연금화를 가속화하면서 수익성 창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시작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국민의 안정적 노후 보장이 국가적 과제가 됐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복지제도로는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400조원을 향해가는 퇴직연금의 전 사업장 적용과 기금 운용 방식의 다변화가 주된 방향이다.
대한만국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사용자는 △퇴직금 △퇴직연금 △중소기업퇴직연금 중 하나 이상을 의무적으로 설정하고 근로자의 노후를 위한 퇴직급여를 부담해야 한다.
1961년 의무제도로 시작된 퇴직금 제도는 1987년 10인 이상 사업장 적용에서 2010년 모든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다만 사업주가 사내에 적립한 퇴직금을 경영상의 이유로 퇴사자가에게 지급하지 않는 등의 임금 체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정부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제정하고 2005년 12월부터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금융권에서 퇴직금을 관리하니 퇴사자는 임금 체불의 걱정이 없고 사업자는 사외 적립금이 100% 손금이 인정되니 법인세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금체계가 △1988년 국민연금 △1994년 개인연금 △2005년 퇴직연금 등 3층 연금체계를 구축해 국민 노후의 다양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2023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3.8%의 증감률을 기록하고 있다.
근로기간 1년 이상, 주15시간 이상 근로자만 가입대상인데 전체 가입대상자의 53%에 해당하는 675만명이 퇴직연금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가입사업장은 42만9000여개로 도입률은 26.4%수준이다. 2005년 도입 이후 20년이 지났으나 사업장 도입률은 26-27%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 도입률은 23.7%로 300인 이상 사업장도입률 91.9%의 1/4수준이다.
사실상 임금체불이 영세사업장에 집중되고 체불액의 40%는 퇴직금인 점에 비춰보면 근로자의 노후보장은 불확실하고 체불 위험은 높아지는 상황이란 의미다.
정부가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퇴직연금 제로를 대기업부터 소기업까지 단계적으로 전 사업장 의무화 방침을 발표한 이유다.
수익률 제고 또한 중요한 방점이다. 퇴직금은 매년 쌓이고 연금 수령까지 길게는 몇십년이 걸리는데 돈을 묵혀두기 보다는 금융권을 활용해 적립금의 수익성이 증대돼야 사용자도, 근로자도 퇴직연금 제도 가입과 활용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 △2022년 0.02% △2023년 5.26%다. 제도 시행 이후 5%대 수익률은 2010년과 2023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