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그때가 절정이다 // 천양희

부깨 2017. 12. 3. 17:43

   

 



    그때가 절정이다 // 천양희



     하늘에 솔개가 날고 있을 때


     지저귀던 새들이 숲으로 날아가

     숨는다는 걸 알았을 때


     경찰을 피해 잽싸게 골목으로 숨던

     그때를 생각했다


     매미는 울음소리로 저를 알리고


     지렁이도 심장이 있어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알았을 때


     슬픔에 비길 만한 진실이 없다고 믿었던

     그때를 생각했다


     기린초는 척박한  곳에만 살고

     무명초는 씨앗으로 이름값 한다는 걸 알았을 때


     가난을 생각하며

     '살다'에다 밑줄 긋던그때를 생각한다


      제 그림자 밟지 않으려고


     햇빛 마주 보며 걸어갔던

     시인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고독에 바치는 것이

     시라는 걸  알았을 때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던

     그때를 생각했다


     돌아보면

     그때가 절정이다


                                        

      - 새벽에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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