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아버지의 하모니카

부깨 2018. 1. 20. 09:32

 

 

아버지의 하모니카

 

나뭇잎 사이로 사각거리는 바람이

아버지의 하모니카 소리 같다.

 

지금도 꿈을 꾸듯 들려오는

아름다운 하모니카 연주 소리


그 옛날 아버지는 주머니 속에

늘 하모니카를 가지고 다니셨지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하모니카를 들려주셨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어린 소녀의 마음에는


모든 걸 다 품은 듯

행복하게만 보였었다.


그때는 그랬었다.

 

시간이 흘러 그날의

아버지만큼의 나이를 먹고 보니


살아가는 것에 지나치거나 힘들 때


내가 글을 쓰는 습관처럼

어쩌면 아버지도 고단한 그 삶을


하모니카에 담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꿈만 같던 아버지의

하모니카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밤의 적막을 깨우고

바람이 귓가에 스쳐 지날 때면

그 시절의 어린 소녀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 김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