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길
삶은
초행길이었다.
풀 한 포기
바람 한 줄기
낯설지 않은 게
없었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정처 없이 떠도는
구름을 만났고
잿빛으로 얼룩진
계절도 만났다.
수평선 너머
꿈꾸던 바다에서
돛배가 되고
등대를 만났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도
나에게 열린 길은
초행길이었다.
문득 돌아보면
찰랑,
그리움이 고였고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삶은
늘...
초행길이었다.
미풍의 옷자락이
덧없이 스치고
지난한 시간이
바스락거려도
나는
꿈결처럼 몽롱한
초행길을 걸었다.
- 이종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