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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내가 더 가고 싶었다.

부깨 2021. 7. 24. 09:45

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 신현수

점심시간에

밥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부린 후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학교 앞 야산에 오른다.

 

핑계는 등산하면서 상담하기지만

실은 내가 더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계단 몇 개밖에 안 올랐으면서

힘들다고, 너무 가파르다고, 목마르다고

지랄발광을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하고는

나를 떼어놓고

지들끼리만

저만치 앞서서 뛰어 올라간다.

 

등산로 옆 개나리는 아이들과 함께 떠들고

솔숲 사이 진달래는

뭐가 부끄러운지

몰래 숨어 있다.

 

산꼭대기 전봇대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노래를 하기로 했다.

 

가위 바위 보에서 진 놈이 뜬금없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멋지게 부른다, 4월인데.

뜬금없이 눈물이 찔끔 흐른다.

 

아이들에게 그런 노래를 가르쳐 준 중학교 음악선생이 고맙다.

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 주니

조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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