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 신현수
점심시간에
밥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부린 후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학교 앞 야산에 오른다.
핑계는 등산하면서 상담하기지만
실은 내가 더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계단 몇 개밖에 안 올랐으면서
힘들다고, 너무 가파르다고, 목마르다고
지랄발광을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하고는
나를 떼어놓고
지들끼리만
저만치 앞서서 뛰어 올라간다.
등산로 옆 개나리는 아이들과 함께 떠들고
솔숲 사이 진달래는
뭐가 부끄러운지
몰래 숨어 있다.
산꼭대기 전봇대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노래를 하기로 했다.
가위 바위 보에서 진 놈이 뜬금없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멋지게 부른다, 4월인데.
뜬금없이 눈물이 찔끔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