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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윤영

부깨 2023. 4. 19. 08:02

 

 

 

 

철 모르고 잔설속에 피는 꽃은

첫사랑 같아서 아름답고

 

 

벌 나비 부르며 하루 이틀 피는 풀꽃은

풋사랑 같아서 아름답고

 

 

덩굴 따라 외길로 피는 꽃은

짝사랑 같아서 아름답다.

 

 

작열하는 햇볕아래 한창 피는 나무꽃은

열애 같아서 아름답고

 

 

한 나절 지나서

늦은녘에 피어 시나브로 지는 꽃은

비련 같아서 아름답고

 

 

밝은날 다 지나고 어둔밤에 하얗게 피는 꽃은

속절없는 사랑 같아서 아름답다.

 

 

철없던 시절이 언제련 듯

곱게 늙은 아내의 얼굴에 피어나는 건 버섯꽃은

순애보 같아서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