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김승기
산다는 건 홀로 드라마
제 멋에 취해 사는 거야
꽃이 있느니 없느니 말들 말게
무엇으로 열매를 키울 수 있었겠나
삿갓보다도 더 넓은 잎으로
온 세상을 가릴 수 있다 해도
넘쳐나는 게 사랑이야
강한 햇살에 눈물 고일까 봐
쏟아지는 빗줄기에 마음 다칠까 봐
안으로 안으로만 꼬옥 꼭 감추고 있었을 뿐,
쌓이는 그리움
터져 넘치면
그게 꽃이 되는 거야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다네
길지 않은 봄여름을
꽃으로 사는 일생
이 땅에 뿌리박으며 살려고 물 건너와
힘들게 피우는 꽃이야
오로지 감추는 것만이 미덕은 아닌 것
당당하게 꽃 피우고 열매 키우며
그렇게 더불어 사는 거야
오늘도 무화과나무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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