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훈 선임기자
미국 민간우주기업이 개발한 무인 달 탐사선 '블루고스트(Blue Ghost)'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달에 120㎞ 거리까지 접근해
찍은 영상이 X(옛 트위터)에 공개됐다.
거친 피부를 '달 표면'이라고 하는 표현은 짓궂지만 적절하다.
영상에 비친 달 표면은 끊임없는 분화구로 이어져 울퉁불퉁했다.
그 때였다. 달 뒤편으로 빨리 지나치는 작은 물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초승달을 닮았는데 차이라면
둥근 부분이 오른쪽(초승달)이 아니라 위쪽이었다.
탐사선 개발자인 파이어플라이 에어로 스페이스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듯 보이는 달 너머로
작은 구체가 신스틸러처럼 장면을 훔치는데 그게 바로 지구다"라고 했다.
이 영상에서는 지구에서 달이 뜨고 지듯, 지구가 뜨고 졌다.
그 장면에 잠시 어리둥절했는데 관점의 역전 때문일 것이다.
오래 사랑 받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지구를 '창백한 푸른점(Pale Blue Dot)'(이는 저서 이름이기도 하다)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우주에서 본 지구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떠나기 전,
약 60억 km 거리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다.
창백한 푸른점은 우리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인간중심주의와 지구중심주의를 비판하는 포스트휴먼 철학자들은
지구를 '지구행성'이라고 객관화 한다.
지구가 수많은 행성 가운데 하나라는 걸 자각하게 하려는 의도다.
이들은 서구중심주의가 제국주의와 1·2차 세계대전을,
인간중심주의가 생태의 위기와 기후변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중심의 이동은 성찰을 가져온다.
오늘도 분노에 휩싸여 사생결단을 다짐하는 광화문의 두 시위대도
블루고스트의 달 영상을 보면서 각자의 중심을 잠시 이동해 보면 어떨까.
달의 황혼 동안 태양의 영향 등을 관찰하는 임무를 지닌 이 달 탐사선은
이번에 인류의 예술 작품을 달로 보내는 '루나 코덱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화물칸에 세계 창작자들이 만든 시집 '폴라리스 트릴로지'를 실었는데
여기에는 '달에게', '강촌의 달' 등 한국의 시조 작품들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