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부깨 2019. 12. 23. 06:06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울지 말아

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 문정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