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그래도 내 속이 이리 언짢은 걸 보면 계명은 역시 어겨서는 안 되는 것인가 보다

부깨 2019. 12. 27. 06:55





아내의 계명

 

늘 하는 훈계지만

전기밥솥에서 밥을 뜰 때는

숟가락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 저녁도 혼자

매실주 한잔 마시다가

(아내는 부재중)

밥솥에서 몇 숟갈 밥을 뜬다

 

밥주걱 찾기가 귀찮아

아내의 계명을 어기고

그냥 숟가락으로 밥을 푼다

 

아차,

숟가락 끝이 밥통 바닥에 닿는다

(도금에 상처 나면 큰일이다)

 

그렇지만 혹 아내가 발견해도

나는 주걱으로 펐다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내 속이 이리 언짢은 걸 보면

계명은 역시

어겨서는 안 되는 것인가 보다

 

- 임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