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서로 섞이지 않으면 한 벽을 만들 수 없지요. 석축처럼 모여 유순해지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부깨 2020. 1. 27. 05:34

 돌의 얼굴




돌 쌓아 있다

중간중간 납작한 돌 끼워 층층이 쌓아 있다


작은 돌이 큰 돌을 괴고 모난 돌이 둥근 돌을 괴고

짤막한 돌이 길쭉한 돌을 떠받치고 있다


큰 돌이 작은 돌을
모난 돌이 둥근 돌을 잡고 있다

길쭉한 돌이 짤막한 돌 안고 있다


검은 돌 옆에 흰 돌
잘난 돌 위에 못난 돌 머리 맞대고 있다

서로 볼 비비고 있다

올라앉고 혹은 서고 말 타기하고 있다

아랫돌 위해 윗돌은 서고

선 돌 위해 앉은 돌이 제 몸 깎아 들어오게 하고 있다

앞돌 위해 뒷돌이 물러나고

작은 돌 위해 큰 돌이 허리를 굽히고 있다


서로 당겨주며 비좁게 박혀 있다

어깨동무하고 있다

하나라도 빠져 달아나면 석축은 무너질 것이다


한 공간을 꿰매고 있는 돌

자신을 위해 있지만

서로 섞이지 않으면 한 벽 만들 수 없다


한곳에 오래도록 모여 사는 돌

바람과 햇볕을 품어 넉넉하고 유순해진 저 얼굴들


- 이여명, 시 '돌의 얼굴'


괴고 떠받치고 잡고 안고 있는 돌.
머리 맞대고 볼 비비고 올라앉고 서고 말타기하는 돌.


제 몸 깎아 들어오게 하는 돌.

물러나고 허리를 굽히는 돌.
서로 당겨주며 비좁게 박혀 있는 돌들.


서로 섞이지 않으면 한 벽을 만들 수 없지요.
석축처럼 모여 유순해지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사색의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