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돌아간다
어느 날 경봉 큰 스님이 법좌에 오르셔서
주장자를 세 번 치시고 다음과 같은 설법을 내리셨다.
“무슨 일을 하던지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부모 태 중에서 나올 때, 빈 몸, 빈 손으로 나왔다.
옛날 어떤 부자가 죽으면서 유언하기를
내가 죽거든 나를 상여에 싣고 갈 적에
내 손을 관 밖으로 내놓고 가게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가족들이 상여를 메고 갈 적에 그대로 했다.
이것은 무슨 뜻이냐 하면,
‘사람들아, 내가 돈도 많고, 집도 크고, 권속도 많지만
오늘 이때를 당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빈손으로 나 홀로 가니 얼마나 허망한 일이냐!’
이것을 일깨워 주려고 관 밖으로 손을 내놓고 간 것이야.
우리 모두 빈손으로 와서 또 그렇게 돌아간다.
온갖 것 가져갈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오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자기가 지은 업 뿐이네.”
- 경봉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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